■ Viaggio/2021 제주

20210518

복식웃음 2021. 5. 24. 23:44



밤새 땀을 뻘뻘 흘리며 잤다.

한라산 완등의 여파로 컨디션이 온전치 않았다.
근육통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왼쪽 발목이 문제였다.
파스를 붙이고 잤더니 밤새 어찌나 화끈거리던지.

여행 중에 다친 나도 나지만,
옆에 있는 오빠가 더 신경쓰일터. 그저 미안했다.


호텔난타는 체크아웃이 12시라 느긋하게 준비했다.

이번 여행에는 다치기도 했지만
집에 가는 길 캐리어 챙기는 일은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
(캐리어에서 풍기던 취다선리조트의 향은 어느새 흐릿해졌다.)


오빠는 렌트카 문제 때문에 다른 차를 픽업해왔다.
11시 반쯤 체크아웃 완료.

새로운 차를 타고 호텔 근처 정형외과에 갔다.
점심시간이 1시인 곳 중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여행지에서의 병원행.
글씨를 읽고,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여행지라
천만 다행이다.

접수 후,

진료를 받고 나왔다.

X-ray 촬영 결과 다행히 금간데는 없었다.
의사선생님께서 파스를 떼어내니
복숭아 뼈 부분이 복숭아만큼(?) 부어있었다.
인대가 있는 위치에는 피멍이;;;;;

눈으로 직접보니 괜히 더 아픈것 같았다.
발을 접질러본 건 처음이라 더욱🥲

물리치료로 세가지 치료를 받고 발목보호대를 했다.
(전기치료 냉찜질/ 레이저치료/ 극초단파 치료)
반깁스를 권유하셨는데, 반깁스를 하더라도 서울 가서 하는게 나을것 같아 보호대를 하기로 했다.

의사선생님은 제주 토박이이신지 사투리를 강하게 쓰셨는데, 괜히 억양 때문에 어색했다.
뭐든 어떠리~
제주에서 언제 정형외과를 와볼까~ 싶었다.


#제주돔베마씸
곧이어 오빠가 찾은 식당을 찾아갔다.
오빠는 인대가 늘어났으니 사골국물 같은거,,, 돼지고기,, 그러니까 돔베고기 같은거를 먹어야한다고 했다.


도착하니 완전 동네 식당.

일단(?) 돔베고기 대;;를 시켰다.
고기도 나오고 고사리육개장도 나오고 어쩌고저쩌고
(대충 뭐가 많이 나온다는 얘기) 그렇단다.

그래서 차려진 한 상;;;;;;;;

돔베고기 (+새우젓, 자리돔젓갈, 된장, 소금, 마늘, 고추)
보쌈김치 같은애 + 무김치
고사리 육개장
된장찌개
계란찜
야채 쌈
각종 반찬들
ㅎㄷㄷ

새우젓 오른쪽의 짙은 갈색이 자리돔 젓갈이었는데
먹기 편하게 직접 곱게 갈았다며 같이 먹어보길 권유하셨다.

나는 자리돔 젓갈을 처음 먹어봤는데,
고기 구워먹을 때 멜젓 좋아하면 무조건 좋아할 맛!!
젓갈 특유의 비릿하고 묵직한 맛이 고기랑 같이 먹었을 때 더 감칠맛을 냈다.

고사리 육개장도 처음 먹어봤는데,
뼈사골육수로 만드셨다더니 진짜 깊은 국물 맛!!
그런데 특유의 걸쭉-한 식감이 영 어색했다.

돔베고기와 같이 먹는 두 종류의 김치는
솔직히,,, 식당 김치 중 최고였다.
(세상 최고는 엄마 김치;;;)

식사후 사장님과 대화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사장님께서 이 자리에서 설렁탕집을 오래하셨다가
메뉴를 돔베고기로 바꾸신지 몇개월 안됐다고 하셨다.
설렁탕집이면 김치가 무조건 맛있어야 하는데
그 내공이 보쌈김치에 빛을 발하신거다.

어찌나 배불리 먹었던지,,,

배가 부르니 주위가 눈에 들어온다.
고기도 양질의 고기를 쓰신다하고
김치 양념에 과일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식당 가운데 당당하게 위치한 저 과일 냉장고를 보고
신뢰 200% 상승!

관광객보다 동네 사람들이 훨씬 많이 올것 같은 가게.
앞으로 대박나시길!



저녁 비행기라 제주의 오후를 온전히 즐겼다.

공항 기준 서쪽으로 가는 길.
서쪽으로 가서 그런가, 날씨가 맑아서 그런가
유독 웅장한 한라산이 눈에 띄었다.

아닛,,,, 그런데,,,, 백록담 쪽에 구름이 1도 업쒀!!??!
오늘 갔으면 백록담 볼 수 있었던거 아냐?!!! (흥분)

오빠 왈,
응~ 아니야~ 2시반 넘었어~




#팰롱팰롱빛나는 애월점
인스타도 팔로우하고 월정리 해변에 갈때마다 매장에서 비누를 한두개 구입했었는데, 마침 서쪽에 있어서 들렀다.

애월점에 처음가봤는데 매장이 훨씬 크고,

제품도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손이 무지하게 탔네 ㅋㅋ

월정리 매장에서 이미 비누 하나를 구입했었지만
우리는 이걸 무조건 사야해!!
어제의 한라산을 어떻게해서라도 기억하리.

선물로 하르방 캔들도 구입하고 계산하려는데
마스크 뒤로 보이는 사장님 얼굴,,,,
인스타에서 보고 나혼자 친해져서;;
사장님이시냐고 여쭤보니 맞았지만 괜히 뻘쭘;;;;;;;

팰롱팰롱빛나는 매장은 월정리도 그렇고
애월점도 위치가 아주 끝내준다.

매장에서 도로를 건너면

천국의 피크닉 장소가 나와버림;;;
깨끗하고 쾌청한 날씨도 한몫했다.

눈에 뭐하나 걸리는 것 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제주바다와 하늘이 장관이었다.

문득 이탈리아 마나롤라 Manarola 의
그 바다와 오버랩 되었던 풍경.
👇🏻
28박30일유럽여행 / 10월23일 :: 라스페치아 둘째날


기암절벽과 깊은 바다가 맞닿아 있었다.

어제 지겹게 본,,, 나를 너무 힘들게했던,,,
현무암은 이제 그만🥲

절뚝이가 되니 데크가 조아여,,,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한 커플이 피크닉을,

왼쪽으로 돌리니 사람들이 캠핑의자에 앉아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광경이 그림같았다.

다음 여행 때 다시 들릴 포인트가 한군데 더 생겼다.
(한군데는 취다선리조트 근처ㅋㅋ)

영 어색한ㅋㅋ 사진도 찍고.




시간이 좀 남았군?
근처 또 어딜가볼까~하다가 곽지해수욕장을 가기로.

어제 하루종일 산에 있었으니
맑은 하늘 아래 제주 바다가 더 보고싶었다.

곽지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자꾸 눈길이 가는 한라산ㅋㅋ
음~ 백록담에 다시 구름이 끼고 있군ㅋㅋ

이로써 한라산 정상에 올라 백록담을 보는 것은
완전히 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전체가 이렇게 맑아도 구름 걷힌 깨끗한 백록담은 순간이리라.
(인스타에는 그 깨끗한 백록담 천지이지만,,,,,ㅎ)




곽지해수욕장도 표선해수욕장을 갈때처럼
한번도 안가본 곳이고 근처에 있어서 간건데,
이게 머선129

이렇게 이쁘다니.
제주 바다가 사진빨을 너무 못받는다.
그때의 햇살, 푸른색을 다 못담네.

곽지해수욕장 한켠에 ㅎㅈ가 추천했던 돌카롱도 있어
아아에 마카롱도 한입.

풍경이 다했다.

이제 서서히 여행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




슬슬 공항을 향해 가는 길.
한라산 또 보여,,,,,
이젠 구름 뒤로 가려진 백록담,,,, (집착)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한라산이라고 했지만
언제가 또 올것 같은 강한 느낌;;;;;

잠깐 동문시장에 들러

#제주규르방
귀여운 소품샵에서 한라산 뱃지;;;도 사고;;;
(한라산 덕후 됨)


렌트카 반납 후 공항에 도착!

미팈ㅋㅋㅋㅋㅋㅋㅋㅋ
한라산 완전 깨끗✨

응~ 어차피 거의 다 내려왔어야 할 시각~




다친 발 때문에 절뚝거리며
대기의자 중 노약자석에 앉아있다가도

공항 내 카카오 프렌즈 샵에 굳이~~ 절뚝거리며 가서

돌하르방 라이언의 생산이 딜레이되고 있다는 직원분 말씀에 해녀 라이언을 살까말까 고민,,,




21:15 출발 예정인 비행기가 딜레이되어
21:14에 겨우 탑승했다;;

공항이 어찌나 시장통인지
딜레이된 비행기가 한 두대가 아니었는데
그래서 내가 탈 비행기도 버스를 타고 이동ㅠㅠ
절뚝거리는 몸뚱이 이끄느라 힘들었다ㅠㅠ

에어서울은 처음 탔는데
제주-서울 노선 보이지도 않는;; 노선도 나오는 모니터 보니까 괜히 국제선 탄 느낌ㅋㅋ



비행기로 한시간 걸리는 해외여행 갔다온거 같았다.

그래서 괜히 이런 사진 찍어오고.




어쩌면 코로나 시국에
제주여행이 웬말이냐 할수도 있다.

지긋지긋한 회사생활과 끝도 없는 야근에
언행과 태도가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돋혔다.
점점 몸이 망가졌고 마음이 피폐해졌다.
몸은 고슴도치가 되었고, 마음은 척박한 사막같았다.

결국 이 안좋은 기운은 가까운 사람에게까지 번졌다.

나는 두번째 사직서를 내고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고 싶었다.



제주에서 혼자 6일을, 신랑과 함께 4일을 보냈다.
혼자 뎅그러니 있던 날 중 언젠가는 심심할 때도 있었는데, 오빠가 와서 여행이 더욱 풍성해졌다.

제주가 처음이 아닌데 초면같기도 했다.
산이며 바다며 처음 본 풍경이 대부분이었고
내면의 즐거움(걷기, 요가, 명상 같은 것들)을 얻으니
여행지가 새로이 보였다.

내가 한참 힘들 때,
신랑이 먼저 권유했던 ‘제주 한 달 살기’를
정말 해보고 싶기도 했다.

점차 서울에서의 독소를 빼고
행복이란 감정을 어렴풋이 느꼈다.
내가 행복해지는 것들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현재 진행중인 심리치료 때,
상담선생님과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게 무엇인지 찾아보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난 이번 여행을 통해 답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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