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aggio/2021 제주

20210515

복식웃음 2021. 5. 21. 14:18


밤새 잠을 뒤척였다.
건물이 부서지는 듯한 천둥소리에 잠을 설쳤다.
암막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번개는 어찌나 번쩍거리던지.
무엇보다 오늘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잠을 못이룬 것 같다.


오늘 마지막으로 ‘차 명상’에 참여했다.
선생님께서 오늘 정말 좋은 날씨라고 하시며 시작하셨다.
나는 ‘일단 좋다고 생각하라는건가? 역시 마음먹기에 달린건가,,,?’ 싶었는데, 한 시간의 명상이 끝나고 창문쪽으로 뒤돌아 앉으니 정말 날씨가 맑게 개고 있었다.

완벽한 타이밍.
아름답다.

방으로 올라오니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반가웠다.

침대에서 보이는 뷰는 그야말로 그림같았다.

멀리 우도가 또렷하게 보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움직임이 마음을 들뜨게 했다.

마지막 조식.

조식을 먹고나서 보는 이 풍경도 오늘이 마지막.

어제 보룡제과에서 사왔던 마늘빵 냄새가 솔솔 풍겨
한 입만 먹어보기로 했다.
말도안되게 촉촉하고, 달큰하고, 마늘향도 나고ㅋㅋ
‘오른 orrrn’에서 팔던 갈릭바질바게트의 거북한 마늘맛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 입만 먹으려고 했는데 절반을 먹어치움ㅋㅋ


오빠가 제주공항에 도착해 렌트카를 픽업하러 간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슬슬 짐을 챙겼다.

어메니티와 책마다 붙어있던
글귀들이 인상적이어서 박제.
호텔급 서비스는 아니더라도 편안한 휴식을 위해 세심하게 신경쓰는 분위기가 좋았다.


11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도착할 오빠를 기다리며
지하 1층 명상실 옆의 샵에 들렀다.

취다선리조트에서 묵었던
일주일의 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공간마다 은은하게 퍼지던 향을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우드스틱 인센스를 구입했다.

지하에서 3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며
숙소의 구석구석을 박제.
내츄럴하고 러프한 텍스처들.
개인적으로 에스닉한 느낌을 좋아하진 않지만
숙소의 디자인이 중요하진 않았다.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달래주는게 우선이었는데,
취다선리조트는 완벽히 그러한 곳이었다.

특히 라운지에서 내려다 보이는 이 뷰가 참 좋았다.
하늘과 초록밭, 그 사이의 돌담.
탁 트인 시야.

체크아웃이 11시였는데,
오빠가 렌트카를 픽업하고 여기까지 오는 시간이 딱 맞았다.


결혼 후 처음으로 오래 떨어져있었다.
일주일만에 만나다니.
많이 보고싶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제주까지 오느라 많이 피곤할텐데
일단 시급한 문제(?)인 허기를 채우러 갔다.
갈치조림으로 배를 채우고
근처 마트에서 간식도 사고.

#표선해수욕장
한시간 남짓 달려 바다에 도착했다.
표선을 목적지로 찍고 달릴때 별 기대도 없었고,
그저 바다를 보러가자는 오빠 말에
많이 들어봤던 해수욕장을 간 것이다.

도착해서 보니 팔라우 저리가라 할 정도의 풍경이었다.
(팔라우 가본 적 없음,,,)

시간이 지날수록 썰물로 인해
운동장 3~4개 규모의 광활한 백사장이 드러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 풍경은 정말이지 직접 가보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공간감이었다.

부드러운 모래와 발목에서 찰랑거리는 깨끗한 바닷물.
얕은 수심의 바다를 가로질러 걸어갈 때 기분이 좋았다.


다만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정상적인 사진을 찍기 어려웠다.

아니,,, 나만 찍히기 어려웠나보군,,,?
오빠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ㅋㅋ


둘이 사진찍으며 한참을 놀고.

바다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운이 좋게도 날씨가 맑으니 바다도 어찌나 예쁜 민트색인지.
함께 예쁜 풍경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제주 바다를 봤으니 이제 오름을 가볼까,,,?

해서 도착한 곳이 다랑쉬 오름.

혼자 다녀왔던 아부오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시간이 되면 가봐야지 했다가
오빠랑 같이 올라가게 되었다.


#다랑쉬오름
초입부터 경사진 계단이 많은게 뭔가 심상치 않았는데,,,

중간쯤 오르니 제법 제주가 발 아래에 있고

정상 근처에 오르니 아끈다랑쉬오름이 귀여워 보인다.
‘아끈=작은’ 이라더니 크기가 작긴하다.

나는 아부오름 정도이겠거니 해서
둘다 신발을 제대로 챙겨신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높고 (약 380m), 등산코스 같은 느낌ㅋㅋ

정상의 둘레길도 제법 경사가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각도로 오름을 볼 수 있는게 매력적이었다.

오빠가 오면 같이 한라산 백록담까지 오를 계획인데
저멀리 보이는 한라산을 보니 괜히 두근두근.

오빠가 이렇게 내 사진도 찍어주니
혼자 다닐때보다 내 사진이 많이 남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무심코 뒤를 돌아봤는데 오름의 능선이 너무 예뻤다.

제주에서 많이 보였던 이 나무가
소사나무라는 것도 알게되며
그야말로 정화를 하고 나왔다.


오름에서 내려오니 오후 5시가 다 되어간다.


#호텔난타
숙소에 체크인하고 잠깐 쉬었다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한라산 등반을 위해 성판악코스와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잡았다.


캐리어를 열었는데,
취다선리조트의 향이 코끝을 가득 메웠다.
아로마 향,,, 인센스 향,,, 명상실에서 맡은 냄새들,,,
향이 옷에 완전히 배어있었다.
일주일의 시간이 훅 지나가며, 그곳에서의 기억들이 문득문득 스쳤다.
향기로 기억될 곳. 언젠가 다시 찾아갈 것 같다.


오빠가 저녁은 뭐먹고 싶냐고 하길래
혼밥의 최고 난이도였던 고기를 먹으러 가자 했다.

역시 제주도에 오면 흑돼지를 먹어줘야 한다.
게다가 이 집은 불이 숯으로 나오니 더 맛있었다.
근고기로 시켰는데 1인분 더 시키고 냉면도 먹었;;

언제부턴가 고기집에 가면 멜젓이 같이 나왔는데
그게 제주에서 시작된거라 한다.

직원분이 고기를 구워주시면서
멜젓에 [마늘+청양고추+한라산 소주]를 넣으셨는데
그 때문인가,,,?
멜젓이 서울에서 먹던 맛이 아니었다.
훨씬 고급진 맛ㅋㅋ


든든히 먹고 숙소로 돌아와 맥주 한 잔 하며
(오빠와 함께하는) 여행 첫 날을 마무리 했다.


'■ Viaggio > 2021 제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0517  (0) 2021.05.24
20210516  (1) 2021.05.22
20210514  (0) 2021.05.20
20210513  (1) 2021.05.16
20210512  (0) 2021.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