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aggio/2021 제주

20210514

복식웃음 2021. 5. 20. 00:28


차 명상
그리고 든든한 조식으로 시작하는 아침.
제법 익숙해졌다.

근데 나흘째 같은 반찬으로 먹으려니 조금 물리네?!


내일은 오빠가 오고, 체크아웃 하는 날이니
혼자하는 여행을 정리할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날 저녁에, 오늘은 뭘할까 검색해보다가
숙소 옆동네 고성리에서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길래 가보기로 했는데,
마침 버스 시간이 맞아 마을버스 같은 귀여운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이번에 제주여행을 와보니
주요 버스정류장이나 지도 어플에서
버스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어 편리했다.

제주 할머니들과 함께 버스 타고 가는 길ㅋㅋ
버스에 한 분 한 분 타실 때마다
인사하시고 대화하시는 모습이 정겨웠다.

좀 더 버스를 타고 가며 제주 풍경을 보면 좋으련만,
의외로 빨리 도착해서 아쉬웠다.

이륜자동차 주차장이 따로 있었는데
거기에 주차한 오토바이가 너무 귀엽게 보였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채소, 과일, 생필품, 어물전, 정육점, 건어물, 의류, 모종 등등 있을 건 다 있는 곳이었다.

과일이 먹고 싶어 둘러봤는데 딸기는 갖고다니기 애매하고 참외는 깎아먹기 어려울것 같고,,,
결국 손톱만한(?) 하우스 귤 한바구니를 샀다.
그거슨 만원,,,


카페에서 책도 읽고 생각정리도 할 겸
길에서 근처의 카페들을 찾아봤다.
마침 도보 10분 거리에 ‘Dorrell’ 이란 카페가 있어서 가보기로.

#도렐 제주 본점
인싸들이 모일듯한 외관.

역시나 내부는 예상대로였다.
보이드를 넓게 뚫고 천정고가 높으니 답답하지 않았다.

1층은 바타입 자리가 대부분이라 2층으로 올라갔다.
그나마 트여있고 Daylight가 잘 들어오는 통창 쪽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 중 대표메뉴라는 ‘너티 클라우드’와
심심한 입을 달래줄 까눌레 하나 주문.

커피는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는데
달큰한 맛과 우유의 고소한 맛이 꽤 괜찮았다.

맛있는 커피를 먹으니 회사 막내가 생각났다.
하루종일 옆에서 커피를 마시던 친구.
회사에 왜 그리 혼신의 힘을 다했는지, 정신과 육체가 너덜너덜 해져서 퇴사를 했는데 그럼에도 남은건 좋은 사람들이었다.


.
.
.
꽤 오래 앉아있었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과 써놓은 일기를 보며
블로그 업데이트를 했다.
사진을 다시 들춰보면 그 당시엔 떠오르지 않았던 생각들과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모두 기록했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기록들.
언젠가 이런 고비와 힘듦이 또 찾아온다면
큰 위로가 되리라.
쌓인 기록들이 지금의 나를 어루만져 주는 것처럼.

오늘 아침에 나올 때 시집도 한 권 챙겨나와
시간을 들여 다 읽었다.
마음에 와닿는 시 몇편은 숙소로 돌아가 독서노트에 옮겨적어야지.
나의 오랜 습관.


허리가 뻐근해질 때 쯤 짐을 챙겨 다시 거리로 나섰다.

오후 두시가 다 되어서야 점심을 먹으러 간다.
하루동안 별거 하는건 없지만 (별거 안하는게 계획)
나름 세워놓은 계획대로 몸국집으로 향했다.

그냥 길가를 가다 보이는 것들.


#모영
눈에 띄지도 않는, 있는듯 없는듯한 식당이었다.
식당 내 테이블도 4~5개 정도 밖에 없는 아담한 식당.
처음 먹어보는 몸국이 기대됐는데 반찬이 정갈하고 밥 위에 얹어진 계란후라이가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거의 싹쓸이^^
개인적으로 잘 안먹는 반찬 말고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아까 카페에서 에어컨 바람을 계속 쐤더니 몸이 으슬으슬 했는데 열도 오르고 속이 든든했다.

물컵이 너무 귀여워 박제.


식사가 끝나고 숙소로 되돌아갈때도
택시보단 버스를 타고 싶어 지도 검색.
시간이 좀 남았었는데, 그 사이에 근처에 있는 보룡제과가 있음을 파악하고 종종 걸음으로 찾아갔다.

#보룡제과
흡사 초딩 때 동네에 있었던 빵집의 분위기.
사장님은 젊으신 분이었는데,
메뉴을 추천해주실 때 겸손한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군것질을 안하는 편인데다 배도 불러서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판매 1위 마늘빵 선택.
금액은 어찌나 저렴한지 저 큰 빵이 단돈 2,500원이었다.

이틀전에 숙소 옆의 ‘오른 orrrn’이란 카페에서
7,000원짜리 갈릭바질바게트를 사먹고선 입을 완전 배려서(?) 이번 마늘빵은 제발 맛있기를.
냄새는 일단 보룡제과의 마늘빵이 5배는 맛있다.

버스정류장까지는 금방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는동안 손에들린 빵 봉지를 봤는데
그야말로 옛날 동네빵집의 비주얼이다.
세련되고 화려한 맛은 없지만 내공이 있는.
투박하지만 뚜렷한 개성.

금방 숙소 근처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부터 숙소까지 이 해안도로를 따라 또 걸었다.
이 길로 걸으면 10분은 더 걸리지만 이렇게 가는게 좋았다.
소음에서 벗어나고 무리에서 한발짝 떨어져 혼자 있고 싶었다.
사실 지금 이 시간을 갖기전에 많은 고민과 두려움이 있었다.
왠지 멈추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앞섰다.
너덜너덜한 나를, 멱살을 잡고서라도 걸어가야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젠가 툭 놓아버렸다.
나의 시간이 멈췄다. 지금.

그리고 지금, 이 곳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을 마음껏 하고 있다.


수평선이 흐릿할 정도로 구름이 많이 꼈다.
금방 비가 쏟아질듯.


숙소 1층의 라운지에 자리를 잡았다.
오일장에서 사온 귤을 스탭분과 라운지에 계셨던 손님께 나눠드리고 나도 까먹으며 책을 읽었다.

이것이 디톡스다 ㅋㅋ
퇴사 임박 때, 내 몸에 독소가 너무 많다, 이 독소를 빼야된다고 입에 달고 살았는데 드디어 독소가 빠지고 영혼이 ‘순한맛’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내 쏟아지는 비.
폴리카보네이트 천정으로 투둑투둑.


얼마나 지났을까.
라운지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는데
한쪽에 이런 좌식공간이 있었다(!!)

루버로 가려져있어 이런 공간이 있는줄 몰랐다.
알았음 진작에 여기 앉을걸.

여기 취다선리조트는 호텔같은 정교함은 없지만
이곳만의 색이 매력적인 숙소이다.
마치 보룡제과 같군ㅋㅋ


엄지손가락이 노랗게 될 정도로 까먹었는데도
이만큼 남은 귤.

갖고다니며 간식으로 먹어야겠다.


아까 라운지에서 기웃거릴 때
한켠에 있는 서가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책 몇권을 찍어왔다.
언젠가 시간이 될 때 찾아보고 싶은 책들.


오늘도 요가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한시간 동안 인요가.
골반이 많이 수축되어있어 동작할 때 거북한 감정들이 계속 올라왔다.
그래도 몸이 개운하고 가벼워졌다.


자고 일어나면 오빠가 딱 나타나는 내일.
내일 드디어 오는데,,,
왜 이렇게 며칠을 더 보내고 싶은거지 ㅋㅋ
사람의 마음이란 참,,,


오빠가 혹시 이거 찾아보려나ㅠㅠ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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