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aggio/2021 제주

20210511

복식웃음 2021. 5. 14. 12:21


진짜 푹 자고 일어났다.
역시 돈이 좋긴좋군ㅋㅋ

서울에선 출근할 때도 7시 반이나 되어야 느그적 느그적 일어났는데, 여행을 와선 오전 6시 20분에 일어났다.

오전 7시에 지하 1층 명상실에서
‘차 명상’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했는데,
하품을 하며 시작,,,

머리속에 자꾸 잡생각이 떠올라 ㅡ심지어 이 생각이 지금 왜,,,?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ㅡ 다시 ‘나를 관찰하기’로 돌아오길 수십번,,,

주변 환경, 외부의 말들에 휘둘리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선생님(안내자)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문제는 다른 의미로 스스로 재해석하여
진실이 왜곡되는 것.

퇴사 직전 3개월은 참으로 힘들었다.
외부의 시끄러운 말들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였지만,
그것들이 다름아닌 ‘내 자신’이 되어 내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제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기’를 연습해야지.



뚜벅이는 무엇보다 끼니를 챙겨먹는 것에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에 묵게 된 ‘취다선 리조트’는 든든한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 게 신의 한 수.

한 시간의 명상이 끝나고 식당에 조식을 먹으러 갔는데,
방금 전 ‘차 명상’을 진행하셨던 선생님이
식당에서 주문을 받고, 홀 서빙을 하고 계셔서
명상의 기분? 기운?이 확 깨졌다.
집중이 깨짐.
(그 다음날부터 체크아웃 때까지는 식당에서 선생님을 뵙지 못했다. 다행.)


#빛의 벙커
아침을 먹고 찾은 빛의 벙커 전시.
카카오택시를 불러 편히 갔다.

하차할 때 기사님이 말씀하시기를
이 곳은 단말기 통신이 잘 터지지 않아 현금으로 결제해달라는 요청.
출발 전 공항에서 현금을 출금해오길 잘했다.

초소

벌써 입구부터 내가 좋아하는 게 있다.

옛 모습 그대로 화석처럼 남은 공간의 흔적들.
이 벙커는 1980년대 착공하여 1990년 4월에 준공되었고, 비교적 최근인 2012년까지 이용되었다고 한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옛 시간들의 모습을 보면
항상 그 텍스처에 눈길이 간다.
그래서 대학원 과정 때 많이 공부했던,,,
아직 이렇게 좋아하는데 마음에도 없는 설계를 하느라 나도 참 고생많았다ㅋㅋ

전시장 입구 벽면

인상주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나 모네의 작품을 좋아해서 전시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나는 벙커라는 콘크리트 덩어리의 공간을 어떻게 재해석 했는지 궁금했다.

그림은 직접 두 눈으로 봤을 때의 전율을 느껴보았기에
미디어로 재해석 한 건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벙커 안내

전시장(벙커)에 들어가기 전 읽을만 한 안내문.

입구 1

입구 2

입구의 옹벽부터 텍스처를 그대로 살린 점이 좋았다.
메인 사인과 캐노피 정도만 새로 설치하여 기능적인 부분만 보완한 것 같았다. (물론 배관들도 있겠지만)

안내판들이 비교적 산만하게 배치되어 있는 점은 아쉬웠던 점.

매표소 차례를 기다리며 화장실 픽토그램이 눈에 띄어 박제.

오전 10시 20분쯤 티켓팅을 하고 났더니
시간이 애매해서 2회차 시간에 맞춰들어가기로 했다.

30분쯤 남아 주변을 둘러보기로.

커피박물관 이라는 카페 건물이었는데
사무실 건물로 사용됐으리라.

세련된 디자인은 아니지만 외관의 조적 느낌을 그대로 살려두었다.

커피박물관 별관 이라는 옆 건물도 마찬가지.

출구 1
출구 2

걷다보니 출구에 다다랐다.
크고 육중한, 표면이 다 녹슬어버린 출입문이 인상적이었다.

출구 벽면

공간에 대한 꽤 자세한 설명.
지금보니 출입구 앞의 높은 벽체는 개구부를 시각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였을까?
평면도랑 단면도가 옆에 있으면 더 좋았을텐데.

(내가 알고있는) 프랑스의 이런 공간보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며 재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입구 도어

출입구로 돌아오니 더 낡은 문이 눈에 들어왔다.


중년의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오시는 바람에
10시 45분쯤 입장.
입구에 물품보관함이 있어 가방을 넣고 가벼운 몸으로 들어갔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천정을 제외한 모든 곳이
미디어(=빛)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공간감 상실.

영상을 보고있자니 누끼 딴 외곽라인을 유심히 들여다보는게 함정 ㅜㅜㅠ 매직툴로 찍었는지 몸통 뒤에 배경 보여요,,,,,,, 😇😇😇
직업병이다.

모네의 ‘수련’도 나왔는데 역시
오랑주리에서 직접 보고 소름돋던 감동은 전혀 없음.

오히려 내가 좋았던 포인트는 음악이었다.
좋은 분위기를 배로 증폭시키는 음악들.

50여분의 전시가 끝나고 음악리스트가 뜨길래 얼른 박제.
시간날 때 한 곡 씩 찾아들어봐야겠다.

아트샵으로 이어지는 출구

출구로 나오니 벽두께가 실감이 난다.
공구리 아니;;; 콘크리트로 이렇게나 두껍게;;;


전시를 곱씹어보자면,,,
전시 컨텐츠 자체는 좋았고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암실에서 미디어를 통한 전시이다보니 공간의 결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었다.
육중한 기둥의 일부는 블랙 미러로 마감하거나 전시벽면이 되었으나, 생각보다 전체 공간이 크지 않아 동선이 짧은 것도 아쉬움.

입구 쪽 모니터에서
기존 공간의 사진과 리뉴얼 할 때 사진이 아주 짧고 빠르게 나왔는데, 오히려 사진이나 느린 영상으로 전시장 밖에서 보여주면 어땠을까 싶다.

그저 나만의 생각.


편한 청바지와 바람막이를 입고 왔는데
전시장 내부에선 바닥에 앉아서 감상하고
꽤나 서늘해서
스커트를 입고 왔으면 추울 뻔했다.


슬슬 점심 먹을 때.
벙커가 꽤나 외진 곳이라 카카오택시가 잘 잡힐까 싶었는데 금방 배차되었다.

#해월정
잘 몰랐던 보말죽을 먹으러 왔다.
보말칼국수vs보말죽 중에 고민을 했는데 밀가루가 땡기지 않아 죽으로 결정.

hoxy 거기? 응 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그릇 싹 비우고 해안을 따라 좀 걸을까 싶었는데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었다.
버스도 오는게 없고,,,
일단 골목길을 따라 걷기로.

#종달리
골목길을 걸으면 갑자기 말이 풀 뜯어 먹고 있는 동네.

제주스러운 수평선과 색깔이 있는 동네.

작은 집들과 현무암 돌담이 소담히 있는 동네.

복지회관도 조용한, 차분한 동네.





걷고
.
.
.
걷고
.
.
버스를 탔는데 잘못 타서
내려서 (하,,,, 이젠 면허 따야지)
.
.
.
또 걷고
.
두시간을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로비에 있는 책꽂이를 유심히 보다가
눈에 띄는 네 글자 ‘이탈리아’가 들어있는 책을 집어 들고 올라왔다.

600쪽이 넘는 분량이라 여기 있는동안 다 읽긴 힘들지만 앞에서부터 한 번 읽어볼까.


그러나 두시간을 넘게 걸었더니 힘들다
ㅋㅋ


오늘 마무리는 오후 6시 25분에 예약해 둔
티룸 서비스로.

어제 그 요가 선생님이 오셔서
방법을 알려주시고 나가시면 혼자 해보는건데
너무 고요하고
혼자하기 뻘쭘함ㅋㅋ


오빠가 있었으면 니 잔 내 잔(?) 하면서
티타임을 가졌을텐데ㅋㅋ

밀도가 낮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좋지만
토요일이 되어 오빠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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