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eme/결혼식 이후

20190607 :: 해인사 템플스테이 2nd day

복식웃음 2019. 6. 19. 21:27

 

전날 절에서의 첫끼였던 저녁공양은 나름 먹을만 했다.

사진을 찍지 못하고 식사 중엔 묵언이 원칙이어서 기억에서 벌써 희미해졌지만

콩나물무침과 아욱된장국 같은 것들이었....나..?

 

고기 반찬을 너무 좋아하는 신랑 입맛에 안맞으면 힘들겠는데 싶었지만 다행히 먹을만 하다고 했다.

이 정도면 그래도 맛있었다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

 

밤에 비가 좀 오는 듯 하더니, 밤새 추적추적 비가 많이 내렸다.

그 때문에 숙소 바로 옆 계곡 물이 불어나 밤새 물소리 빗소리 때문에 잠을 뒤척였다.

원래 머리만 대면 곯아떨어지는 나였는데,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새벽예불도 불참;;;;;;;;;;;; 

 

아침공양엔 또 빠질 수가 없어서 새벽 5시쯤 일어났다.

 

 

비가 어찌나 많이 왔는지, 모래바닥이 흠뻑젖고 하늘엔 물안개가 가득했다.

새벽 5시.

한참 잠을 잤거나, 밤을 새던 때는 한계점에 다다랐던 시각.

어떤날은 또 이렇게 깨어있기도 하다.

 

모든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아직 숙면인걸까. 

조용한 숙소.

 

식사를 하고 5분 정도 걸어와

방에 들어와서 누워있다가

그칠줄 모르는 빗소리를 듣다가

대청마루 기둥에 기대어 앉아 책도 보다가

좀 졸리는거 같으면 침대에 누워서 자다가

눈만 떠서 창밖으로 비오는 것도 보다가

신랑 뭐하는지 옆 방에도 들어가봤다가

또 침대에 누워있다가

잠이 들다가....를 반복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게 얼마만인지.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건지. (사실 책 보는 것도 무언가를 하는거지만)

어디에서든지 항상 무언가를 하다가 이런 시간을 보내는 내가 너무 어색했다.

 

그에 반해 신랑은 천국을 만난듯

침대와 대청마루를 왔다갔다하며 너무 잘 즐기고 있었다;;;;

소원이 비오는거 보면서 하루종일 핸드폰 게임하는거랬나;;;;;;

소원 이루신 듯;;;;;

 

한편으론 나도 저렇게 쉴 줄을 알아야하는데 싶기도 하고.

 

 

그래도 여기가 팔만대장경이 있다는 곳인데,

다른 덴 몰라도 팔만대장경 구경은 해보자고 신랑을 끌고 길을 나섰다.

그야말로 국사책 실사판인데, 바리케이트로 접근은 불가능 하지만

틈 사이로 보이는 목판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근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산 속에 있는데................ 저게 지켜질 수 밖에 없지........

해인사 정도면 저게 앞으로 천년도 더 가지......... 싶다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덧 점심공양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좀 늦게갔는지, 반찬이 너무 없고.......

국이 있어 그나마 밥을 다 먹을 수 있었다.

평일 점심인데도 방문객들이 많아서 반찬 양조절 실패였나보다.

또 콩나물무침에 꾸역꾸역;;

 

결국 만족스럽게 먹지도 못하고, 신랑에게 절 내에 있는 카페에 가자고 했다.

나름 커피도 팔고 여러 전통차와 베이커리류도 있었다.

밀가루 중독인 것도 아닌데, 무화과 타르트는 어찌나 맛있던지.......

카페 내에 비치돼있던 만화책 (신과함께) 도 재밌게 읽었다.

 

 

허리가 아픈 신랑은 왔다갔다 하면서 창문에서 장난치는 중ㅋㅋㅋ

이틀째 있으려니 좀이 쑤시나보다.

 

카페에서의 일탈(?)도 잠시......

또 방에 들어가 누웠다.......... 잤다......... 일어났다......... 빈둥빈둥.........

비는 그칠 기미가 없고..........

신랑은 뭐하나 방에 또 가봤는데

 진지하게 얘기를 꺼내더니

점심 너무 맛없었다며, 저녁은 나가서 먹자고 했다.

그래도 어떻게 나가냐고 한 발 뺐더니 기어코 주변 맛집을 오후내내 검색하여 찾았다.

 

 

에라 모르겠다.

조끼만 벗어던지고 (템플스테이 바지는 그대로 입고;;;;;;;;;)

산길을 내려왔다. 

차 타고 한참을 내려왔는데, 이렇게 깊숙한 곳에 있었나...... 건물이 보이는게 반가울 지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삼일식당 자연산능이버섯국정식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1길 19-1)

 

신랑과 내가 너무 좋아하는 능이버섯 요리 (능이버섯국) 를 주문해 먹었는데

반찬도 많고, 특히 버섯국 국물이 완전 우리스타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한 버섯향이 너무 시원했다ㅠㅠ 능이도 어찌나 큼직한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절 밥이 맛있다고는 하나, 밖에서 먹는 이 음식도 너무 맛있구나.........

 

 

둘다 너무 맛있게 먹고 다시 속세를 떠납니다.

마침 저녁예불 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스님 옆에서 열심히 부처님께 절했다는 후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또 긴 하루가 저물었다.

회사에 있을때, 하루가 어떻게 가는줄도 모르겠더니

여기 오니 같은 24시간이 맞나 싶었다.

 

서울에서의 시간은 왜그리 빠른지,

오늘처럼 한 달만 살아보고 싶었다.

 

내일은 맛있는 밥이 나올라나;;;;;;;

아, 이게 아니지.

내일은 새벽예불에 참석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