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aggio/2017 일본도쿄

20170504 :: 셋째날 :: 14,551보

복식웃음 2017. 5. 31. 00:50

 

여행을 다녀온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설레고 좋았던 그 때와 다운되고 우울한 오늘의 괴리감 때문에 그 날의 기억을 제대로 남길 수 있을까 싶은데.

 

벌써 점차 흐려지는 기억들. 다시 더듬어서 남겨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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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전날밤에 숙소로 돌아오면서 다음날 아침거리를 조촐하게 사왔을거다.

방에서 편의점 음식으로 허기를 면하고 셋째날을 시작했다.

 

숙소가 신주쿠에서도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에 있었는데,

조금만 걸어나가면 온갖 식당들과 술집이 즐비해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규카츠는 못먹어도 라멘 한그릇은 먹어야하지 않나 했는데

어젯밤, 이치란에 줄서있는걸 보고 기겁한 우리는.... 다음날 오전 10시반에 다시 찾아갔습니다.......ㅋㅋ

 

24시간 운영하는 집이라 언제가든 상관은 없었는데, 오전 10시반...에 찾아가도 약간의 기다림이 있었다.

맨 구석에 자리를 잡고, 주문지를 넘겨주며 기다리는 중ㅎㅎ

등을 마주하고 앉고,

옆사람과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앉고,

 

주방과도 일체의 시선을 차단한 채,

 

나와 라멘만 있었다.

오빠와 나란히 앉았는데 칸막이까지 쳐서 먹기는 좀 그래서 칸막이는 열어놓고 먹었다.

 

1인 식당에서 먹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칸막이 사이에 앉아 라멘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후다닥 먹고 나오기 바빴다.

고독한 미식가처럼 맛을 음미하지도 못했고, 결정적으로 학교앞의 츠케멘이나 ㅎㅋㄷㅂㅋ의 라멘이 더 맛있었다...

역시 한국촌년인가....... ㅋㅋ....

혼자 여행와서 먹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사실 이제는 혼자 다닌다는게 잘 상상이 안간다.

 

 

오빠는 맛있게 먹다가 이거 다 먹으면 그릇 밑에 글씨가 있을거라며

그 짠 국물을 다 먹지................는 않고 내 그릇에 덜고 보니 진짜 글씨가 있었다. 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건 읽을수가 없고요.........

 

 

배를 든든히 채우고 오늘의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는 황금연휴를 맞아 도쿄에 놀러왔는데, 여기도 때마침 골든위크.........라며...... 지하철부터 인파가 심상치 않았는데...

 

도쿄에서 가장 큰 사찰을 가본다며 아사쿠사역에 내리니

온 도쿄사람들 여기 다 모였네........................ 정말 한 걸음 내딛기가 힘들정도였다.

 

급한대로(?) 카미나리몬 입구에서 셀카 한장을 남기고

 

센소지 쪽으로 가고싶은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맘대로 갈 수가 없어.........

인사동과 비슷한 테마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라 여유롭게 구경을 하고싶었으나 시도조차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메인골목 말고 옆의 후미진 골목으로 걸어가다가 당고집을 발견했다.

뭐 특히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오빠는 처음 접한거라 한번 먹어보기로 ㅎㅎㅎㅎㅎㅎ

맛차???맛의 찐득꾸덕한 무언가............를 묻힌 당고였는데

두개 사먹을 맛은 아닌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센소지 앞은 그야말로 문전성시였다.

이렇게 쨍쨍한 날에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시원하니 이 공간의 분위기를 충분히 즐기고 싶었는데

여건이 되지 않아 술렁술렁 볼 수 밖에 없던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그와중에 머리에 향 연기를 쐬고, 동전을 던져 소원도 빌고왔네 ㅋㅋㅋㅋ 

 

센소지 근처 골목을 누비다가 불교사찰 한 곳을 마주했다.

밖에서 슬쩍 봐도 몇백년의 시간이 느껴졌던 곳.

괜히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서처럼 저기에 다른 시공간이 있을것만 같았다.

 

시내와는 다르게 한적하고 소박한 골목길을 함께 걸었다.

 

사실 센소지에 갔다가 캇파바시 상점가에서 주방도구들을 구경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골든위크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었다.

그나마 몇군데 열려있던 가게 중에 음식 모형과 모형재료들을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완전 폭탄버거 비주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 리얼하진 않은데, 진열돼있는 모형중에 가장 압도적이라 가게 전면에 당당히 전시 ㅋㅋㅋㅋ

 

 

우리네 을지로랑 비슷한 분위기였던 캇파바시 상점가.

사실 오빠랑 함께 오지 않았다면 나는 여기에 오지 않았을거같다.

요리에 관심이 많고  요리를 좋아하는 오빠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니 여기에 가면 오빠가 좋아하겠다 싶어서

함께 갔는데, 덩달아 나도 즐겁게 구경하다 왔다.

 

20대의 내가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여행을 했다면

오빠와 함께하는 30대는 함께 공유하는 여행을 하는게 아닌가 싶다.

확실히 그런 차이가 있다.

 

 

전날 너무 무리를 했는지, 조금만 걸어도 금방 피곤해지고 발이 아팠다.

근처 도토루에서 아이스커피로 목을 축이다보니 또 한 끼를 해결해야할 시간이 왔다.

 

카미나리몬도리 쪽의 대로변으로 나오니 연휴에 외식을 하러 온 가족과 커플, 친구들이 많았다.

몇몇 가게는 이미 웨이팅의 지옥이 시작되었는데,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줄지어있던 함박스테이크집 바로 옆에 오야꼬동 집이 있는것을 발견!

구글맵스를 켜서 별점을 확인하니 4.3점이나 되길래 이 집에서 먹기로 결정했다.

 

가게 앞 입간판에 그림도 큼지막하게 있으니 일본어 까막눈도 쉽게 주문할 수 있을것 같은 가게 ㅎㅎㅎㅎㅎ

관광객들에게 알려진 집이 아니라 그런지, 메뉴판도 오로지 일본어 메뉴판 밖에 없었다.

 

홀이 협소한데다 점심시간에 사람이 몰려들어 기모노를 입은 여자친구 둘과 합석을 해서 먹었다.

 

 

위 : 내가 먹은거

아래 : 오빠가 먹은거

 

딱봐도 오빠가 먹은게 맛있어 보이는데, 실제로도 오빠가 먹은게 훨씬 맛있었다.ㅋㅋㅋㅋㅋ

 

사진을 보니까 생각이 났는데, 오랫만에 먹은 야채도 너무 맛있었고

특히나 저 국물!!! 기름이 약간 있는 저 국물은 닭육수 였는데 정말 시원하고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 식당의 홀 아주머니는 정말 뼛속까지 일본인 느낌이었는데,

기모노를 깔끔하게 차려입으시고는

"いらっしゃいませ~"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どうぞ"

라는 말을 얼마나 간드러지게 말씀하시는지 ㅋㅋㅋㅋㅋㅋㅋ

나보다 한옥타브는 높은 목소리로 진짜 일본사람!!처럼 말씀하시는게 너무 인상적이었다.

 

우리랑 합석한 기모노입은 친구들도 말투가 간질간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대충 때울뻔했다가 뜻밖에 만난 집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나왔다. ㅎㅎㅎ

 

 

배를 부여잡고 향한 곳은 아키하바라.

'서울로 치면 용산이래.........' 라는 정보만 갖고 오빠랑 딱 왔는데

세상에.................................................

요도바시 건물 하나가 용산을 다 합친것보다도 더 큰 규모 같았다......................

각 층에 없는게 없고, 제품의 수는 어림잡을 수도 없는 수준.......................

 

전자상가라면 삼각대도 있겠지, 싶어 앞으로 여행다니면서 쓸만한 삼각대가 있나 찾아보자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층에 올라오자마자 펼쳐진 카메라 매장의 규모에 압도당함.....

코너 한켠에 미니 삼각대 제품들이 많았다.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 카메라를 끼워 제품 테스트 ㅎㅎ

 

이렇게 미니 삼각대만 해도 종류가 꽤 많았는데,

아주 가볍고 작으면서도 내 카메라를 지지하는데 무리가 없는 제품 하나를 골랐다.

가격도 850엔 정도로 아주 괜찮았는데

문제는 이걸 여행 마지막 날에 샀다는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카메라 코너 옆에는

대형 망원경도 빽뺵히 늘어서있었다.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1/100 Architectural Model Accessories Series> 보관 케이스도 발견했다. ㅎㅎㅎㅎㅎㅎ

나가사키 갔을때 미술관 아트샵에서 보고 완전 반해서 두 세트를 사왔는데

아직도 만들어보지 못한........... 감히 만들 시도가 나지 않는............. ㅎㅎㅎㅎ

아니 근데 무슨 아크릴 케이스가 2만원이 넘는건지??? -_-......... 그냥 한국에서 맞출래......

 

 

 

각 층의 모든 코너가 엄청났다............

하루종일 둘러봐도 다 볼 수 없음이 확실하다.........

둘다 '용산 전자상가' 상상하며 왔다가 컬쳐쇼크 받고 기빨려서 털레털레.............

 

 

마치에큐트 가는길에 있던 빠칭코에 들어갔다가

귀가 멍멍해져서..... 탈출...

 

 

요도바시에서 머지 않은 곳에 있었던 마치에큐트.

논문 쓸 때 알게되어 이번 여행때 꼭 다녀와야지 했던 곳이었는데

이미 체력 소진에 방금 다녀온 요도바시의 충격이 너무커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감흥도 많이 없고....

우리 둘다 너덜너덜 해져서 의욕도 없음ㅋㅋㅋ.....

누가봐도 새롭게 낸 것 같은 메인 출입구는 사선으로 되어있어 외부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유입시켰다.

내부는 옛 마감들을 그대로 살리되 각 리테일의 개성을 살려 운영되고 있었다.

 

버려졌던 공간을 레스토랑, 펍, 상점 등으로 활용하면서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점이 너무 좋았다.

재생공간의 그 매력이 너무너무 좋았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새롭게 디자인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여기에 있음에 가슴이 뛰었지만........

과연 한국에서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했고.......

 

 

무엇보다 이 사진처럼............... 지금 당장 체력이 소진되어 너무 힘들..................ㅠㅠ

오늘이 마지막인거처럼 마치에큐트에서 방전될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힘을 조금이라도 남겨놔야했다.

 

그리고 약속시간!!!!!!!!!에 맞추기 위해 또 부랴부랴 신주쿠로 향해야 했다.......

급하게 이세탄 백화점 지하에 들러 둘러보고 호텔까지 걸어가서 (또!! 걷고또걷고) 20분 휴식;;;

 

어쨌거나 여행지에서의 약속은 일상에서의 약속과 또 다른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약속장소를 신주쿠의 스시집으로 잡을까했다가

그 돈으로 우리가 묵는 호텔 1층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안 뷔페를 배불리 먹는게 훨 나을거같아

그 친구!!!!!!!를 호텔로 부르고

신나게 배터지게 레스토랑에서 질좋은 고기와 파스타를 냠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또 이렇게까지 만났는데 그냥 헤어지면 아쉬우니 맥주 한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 친구는 바로 팀카카오의 ㅇ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잠깐, 팀카카오란?

>>>>> http://bellylaugh.tistory.com/53

>>>>> http://bellylaugh.tistory.com/54

 

 

교환학생으로 도쿄에 왔다가 인턴생활까지 하고 있는 ㅇ이를 도쿄에서 만났다 ㅎㅎ

팀카카오를 언제만났나 아련해질때쯤, 타지에서 만나니 반갑고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생각나고

ㅋㅋㅋㅋㅋㅋ

 

오빠는 처음 오는 여행지에 처음 보는 사람까지 만난다는 것에 많이 부담됐을텐데

ㅇ이랑도 얘기를 많이 해서 고마웠다.

 

ㅇ이도 고맙게도,

헤어지고 나서 카톡으로 '형님'과 함께 서울에서 또 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 서른에 그 때를 떠올리니

나의 20대는 새삼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몸이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20대에 만났던 사람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었다.

 

유럽여행때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3년전 베네치아에서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산마르코 광장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지 않았다면,

피렌체에서 ㅇ이가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팀카카오는 없을거다.

운이 좋게도 그때의 여섯명 모두 소중한 사람들....

 

이미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음에 소중함과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지.

 

 

앞으로 함께할 오빠와의 30대는 감히 어떨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걱정과 두려움도 있는게 사실이지만 내가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을 행복함이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설렌다.

 

 

 

일상과 경계가 모호했던 오빠와의 3일.

 

여행의 마지막 날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