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aggio/2017 일본도쿄

20170503 :: 둘째날 :: 25,239보

복식웃음 2017. 5. 14. 23:53

 

 

 

여행의 하이라이트, 둘째날이 밝았다.

아니나다를까 우리는 둘째날 체력의 끝을 보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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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예약할때 조식이 불포함이라, 한번은 먹어보자고 체크인할 때 조식티켓 하루치를 구입했다.

일어나자마자 눈곱만 떼고 1층 레스토랑 입성.

이틀째니 슬슬 생존 일본어도 시동이 걸릴만 했는데,

레스토랑 들어가자마자 간드러지는 아침인사 "おはようございます~"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 생각 없이 왔는데 생각보다 엄청 맛있을것 같은 냄새가 난다.

메뉴의 대부분이 서양식이었지만 이래나저래나 좋았다.

 

음식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퀄리티가 높았다.

일본 특유의 깔끔함과 섬세함은 기본.

풀 위주의 내 접시 vs 풀 하나 없는 오빠 접시 ㅋㅋㅋ

반갑게도 낫또가 있어 오빠꺼 하나 내꺼 하나 들고왔는데 오빠는 끝내 먹지 않았다.

그래도 겨자 소스 때문에 먹을만 한데....

 

 

조식 '뷔페'이다보니 몇번이나 가져다 먹고선

테이크아웃 잔에 커피를 내려 방으로 올라가서 부지런히 준비를 했다.

 

 

 

우리는 이번 여행 중에 가장 가고싶었던 다이칸야마로 향했다.

다이칸야마역에 도착해서 들뜬 마음에 셀카를.

그런데 셀카를 못찍는 수준이 좀 심각한거같다. 너무 못찍는다....

 

목적지는 T-SITE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 였는데

오빠는 저 앞에 보이는 검은 가방 맨 청년을 따라가면 된다고 했다. 딱봐도 서점가는 횽아라고 했다.

이렇게 길 찾는 방법은 처음 접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아쉽게도 건널목에서 그 횽아를 놓쳐서 구글맵스를 켜기로....

의도치 않게 알게 되었고, 처음 알게 된 순간 너무나 궁금했지만 혹여나 일을 그르칠까봐 검색조차 하지 않았던 곳.

마침 도쿄여행을 오게되어 바로 찾아왔다.

 

 

큰 매스 사이사이에 있던 브릿지는 꽤 눈에 띄었다.

그리고 브릿지가 있는 이 보이드 공간은 굉장히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조경도 어찌나 예쁘게 되어있던지.

이 곳이 아름답고 경쾌한 공간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의 3할은 이 조경 때문이리라.

이렇게 보이드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듣기 좋았다.

주차장과 면한 후면 부분도 소홀하지 않고 섬세하게 디자인되어 있던 곳.

 

내부는 사진촬영 불가라서 밖에 나와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1층-2층-3층 위아래, 왼쪽오른쪽, 여기저기

공간 구석구석을 다니며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한시도 지루하지 않고 접하는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구경하다가 오빠는 이 공간의 의도에 꼭 맞는 행위를 했는데

그건 바로 도서를 보다가 바로 옆에 있는 물건을 구입한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눈에 반해버린 시계가 있어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카드를 긁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서점 구석에서 바로 착용ㅋㅋㅋㅋㅋㅋㅋ

내가봐도 너무 깔끔하고 이쁘다. ㅎㅎㅎㅎ

 

2층의 레스토랑 부분이 너무 좋아서 감탄감탄을 하며 구경했는데

1층 Science 코너에 들어가자마자 우리 둘은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이 코너가 이 츠타야서점의 상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는 어항 속 물고기와 새우들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건 못살거야.......... 글고 너무 비싸.........ㅋ

 

 

나는 이 곳에 와서 직업정신이 발휘되어

공간을 읽고 경험하는 것에 치중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오빠는 '내가 가는 곳이니까' 따라와서는 오빠의 방식대로 재밌게 즐겼을까?

(여행 말미에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오빠는 다이칸야마라고 했다. 나랑 똑같았다. 어쩜...)

 

무엇보다도 너무 맘에 드는 시계를 구입해서 기분이 좋았던 오빠 ㅋㅋㅋㅋㅋㅋ

슬슬 점심때가 되어 주변을 돌아다녔다.

츠타야서점 주변 레스토랑은 이미 웨이팅 시작이어서 역을 향하여 조금씩 걸었는데

꽤나 평점좋은 근처 멕시칸 음식점은 풀예약.

 

해는 쨍쨍한데 바람은 세차게 불고, 허기가 지니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많이 힘들었을텐데, 오빠는 구글맵스에서 내가 찾은 수제버거집까지 불평하지 않고 같이 가주었다.

 

오빠랑 다니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일본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길을 찾거나, 간판을 읽고

식당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제대로 쓰고, Bar에 앉을지 테이블에 앉을지 정확히 체크하는 것이었다.

나는 오빠에 비해 한없이 미흡하지만

함께 여행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찾아내며 실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른바 맛집을 녹색창 블로그에서 찾지 않으니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이 곳에 외국인은 우리뿐. 일본인 커플과 합석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여행이란게 참 그렇다. 낯선 것이 불편하지 않다.

 

혼자였으면 그냥 간단하게 길거리 음식을 먹었거나

이런 곳에 와도 쭈뼛쭈뼛하면서 구석에 쭈구리처럼 있었을지도 모를 나. 물론 진짜 그랬을거 같지는 않지만ㅋㅋ

오빠와 처음으로 함께한 해외여행에서 느꼈다.

 

내가 낯선 곳에 있어도 익숙하게 길을 찾고, 마음 편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옆에 든든한 오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평소처럼 데이트하는 느낌이 들어 편하고 좋았다.

우리의 대화도 여행이라고 특별할 것이 없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경리단길 어느 골목과 다르지 않은 익숙한 느낌의 식당에서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환상적인 패티ㅋㅋㅋㅋㅋ가 들어있는 버거를 너무 맛있게 먹고 나와 가게 전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제서야 다이칸야마 골목길 곳곳이 눈에 들어왔다.

 

정처없이 걷다가 우연히 발견했던 여기는

밀라노에서 다녀온 Corso Como같은 분위기가 났다.

각자의 방식으로 휴일을 즐기고 있는 이곳 사람들.

공간을 생기있게 만드는 자연요소들이 인상적이었다. 여름이되면 더욱더 푸르러지겠지.

 

 

이제 슬슬 다음 행선지로 옮겨도 되겠다 싶어 구글맵스로 켰는데

현위치에서 그 곳까지 2.4km, 도보 30분 정도의 거리였다.

그 곳은 전철을 타고간다해도 내려서 꽤나 걸어가야해서

점심도 든든하게 먹었겠다, 한번 걸어가볼까? 하다가

결국 전철을 타고 이동했는데, 만약에 여기까지 그냥 걸어갔으면............ㅋ.............. 큰일날뻔........ㅎ

 

 

오후는 네즈미술관에서 보냈다.

오빠와 계획 세울 때 미술관은 한 곳 정도... 였기에 다녀온 곳.

입구가 굉장히 페쇄적이면서도 울창한 대나무가 눈에 띄었는데

입구가 환상적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그 이미지가 입구의 모습이었다니.

 

자그마한 개구부를 통과하고 펼쳐지는 이 광경을 보니, 굉장히 정제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 신사같은 곳에 들어가는 느낌도 들고.

누군가의 정원에 들어선 느낌도 들고.

 

아니나다를까 미술관 내부보다는

푸르디푸른 정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도심이라기보단 어느 숲속에 들어와있는 느낌.

벤치에 앉아있다보니 새소리 바람소리가 귀에 들어오고 마음이 편해졌다.

 

역광 따위는 무시하고 타이머로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ㅎㅎㅎㅎㅎㅎㅎ

얼굴이 시컴시컴

 

 

 

 

오늘 하루는 뭐 많이 안다닌것 같지만 걸으며 이동한 거리가 꽤 되어 다리가 많이 아팠다.

 

전에 왔을 때는 몰랐는데, 도쿄는 대중교통이 편리하면서도 난감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분명 신주쿠역인데, 신주쿠역 이 쪽과 저 쪽은 엄청 멀었다.

시부야역에서 환승을 한 번 하는데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 또또 올랐다.

지하철을 타러가는데 대형 쇼핑몰 2개를 지나며 계속 걸었다.

버스는 거의 보지 못했고, 택시는 탈 수없었다. (살인적인 기본요금 ㅎㄷㄷ)

 

 

그렇게 지쳐갈때 쯤............

우리의 마지막 기도 다 빨려버렸다.

연휴 첫 날이라 다 쏟아져나온 사람들.

빠칭코 소리며 거리의 온갖 소음들.

가부키초 인근에 가니 술에 취해 떡이 된 사람들하며

뒷 골목에 줄지어있던 게이클럽............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불타는 수요일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인형뽑기 가게도 여럿 있어서 한번 들어가봤는데

포켓몬 인형들은 퀄리티가 아주 높아서 뽑고 싶은 충동이 오빠에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어느 한 팀이 계속해서 실패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점심을 그래도 든든하게 먹어 이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시간은 또 흘러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

숙소가 신주쿠역 바로 앞이니 먹자골목 같은 곳에 가서 돈부리 있으면 들어가자!! 며 밥집찾기에 나섰는데

40분? 50분? 방황했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째 서울도 발에 채이는 돈부리집이 여기서 보이지가 않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다 꼬치집이고 라멘집이고....

좀 먹을만하겠다 싶으면 대기 40분이 기본이고..........

 

겨우겨우 먼길 돌아 우리나라 '김가네' 정도 될 법한 집에 겨우 앉았다......

발 터질거같아...........

 

먹을거 제때 챙겨먹는게 이렇게 힘든일일줄 몰랐다.

삼시세끼 다 밖에서 사먹는데도 불구하고

엄마가 해주는 밥만 먹다보니 찾아먹는 것도 힘드네............... 하면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한적한 동네 마트에 들러 가쓰오부시와 골든커리, 쯔유 같은 것들을 사왔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뜨거운 물에 씻고

쓴돈 남은돈 정산도 하고

티비보며 맥주도 한캔하고

 

펜 들 힘을 다 잃어버려 쓰러졌다.........................

 

 

 

 

 

우리 오늘 걸은 걸음수는

 

25.239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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