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 2013
2013. 07. 06 ~ 2013. 07. 08
순례
명사
1 . <종교> 종교의 발생지, 본산(本山)의 소재지, 성인의 무덤이나 거주지와 같이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방문하여 참배함.
순례의 길을 떠나다.
2 .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방문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p22
자기 자신의 가치를 가늠하는 일이란 마치 단위가 없는 물질을 계량하는 것과 같다.
p32
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간결하게 한다.
p83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반드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된다. 언제나 속박되지 않은 상황에 있으면서 자신의 머리로 자유롭게 사색하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것이다.
p129
이제 상처입기 쉬운 순진한 소년으로서가 아니라 자립한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해. 보고싶은 것을 보는게 아니라 봐야만 하는 걸 보는거야. 그러지 않으면 그 무거운 짐을 끌어안은 채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야 해.
p149
"하루 하루의 생활에 얼마나 풍성한 색채감을 주었는지"
나의 하루 하루는 색채감을 띄고 있는가? 띄고있다면 도대체 무슨색인가? 혹시 무채색의 연속은 아닌가? (옅고-진해지기만 하는) 아무런 색없이 그저 옅고 진하기만 반복하는 하루하루는 아닌가?
내가 원하는 색은 어떤 색인가? 초록빛을 띄는 그런 하루하루 였으면 좋겠다. 활력이 넘치고 싱그러운 그런 초록색.
초록색의 하루를 만들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p222
회사 생활을 통해 배운 또 한가지는 이 세상 대부분의 인간은 남에게 명령을 받고 그걸 따르는 일에 특별히 저항감을 갖지 않는다는 거야. 오히려 명령을 받는데 기쁨마저 느끼지. 물론 불평 불만이야 하지만 그건 진심이 아냐. 그냥 습관적으로 투덜대는 것 뿐이야.
p276
원하는 것을 갖지못해 괴로워한 경험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로 원하는 것을 고생해서 손에 넣는 기쁨을 맛 본 적도 기억하는 한 단 한번도 없었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쭉 돌아보면 그렇게 큰 좌절을 했다거나 실패를 해 본 기억이 없다. 그저 '고비'만 있었을 뿐.
고 3 수능때가 지금까지 제일 큰 고비였다. 하지만 결과가 어찌됐든 난 하고싶었던 공부를 했고, 교수님 회사로 들어가는 바람에 첫 사회생활도 순탄하게 한 편인 것 같다. (다만 그 시작점이 남들보다 약간 뒤로 쳐져 있을 뿐)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하지 않던가. 어쩌면 내가 지금 열망하는 여행, 혹은 디자인 공부- 그것이 내 인생을 바꿀 터닝포인트가 되진 않을까. 내 인생의 최대의 좌절과 최대의 기쁨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진 않을까.
p304
우리네 인생에는 어떤 언어로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 법이죠.
p308
과연 맞는 말이라고 쓰쿠루는 와인을 마시면서 생각했다. 남에게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것 역시 너무 어렵다.
p385
"그렇게 멋진 시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게. 온갖 아름다운 가능성이 시간의 흐름 속에 잠겨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
맞다. 지금도 1분, 2분 흐르고 있는 이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어쩌면 가장 찬란할 내 20대가 지금 가버리면 영영 되돌릴 수 없다.
<1Q84> 보다 더 심하게 애타는 결말이라니.
심지어 아예 결말이 없는 소설같다. 쓰쿠루의 한정된 세계를 보여주고선 앞으로 일어날 일은 독자들 마음 속에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다음날 저녁에 쓰쿠루는 사라와 만났을까?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쓰쿠루와는 어떤 관계가 되었을까?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속에 있다.
책 제목이 그러하듯이 '순례를 떠난 그 해'에 있었던 일들이다.
그렇다면 나의 순례의 해는 언제쯤이 될까.
나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전혀 다른 세계 속에 내던져지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곳에서 과연 나는 얼마나 성장하고 깊어질 수 있을까. 이것만 성공해도 나의 순례는 성공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순례를 떠나기 위해 나는 지금 어느 역에 서있는 것일까?
짐을 들고 플랫폼 위에 서있긴 한걸까?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는 나의 색채는 어떠한지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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