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9.
IN VENEZIA
3
일요일 아침.
어제 만난 새친구 ㅇ이가 오늘 아침,
산 마르코 대성당으로 미사를 보러간다는 말에
나도 호기심에 따라가겠다고 했다.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였지만
이 곳이 여행지이기에, 가톨릭의 나라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한다는 말에 그보다 조금 일찍 만나기로 했는데
여행지에서 시간 약속을 잡고 약속장소로 가는 길은
서울에서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도착해서 연락하니 이미 줄 맨 앞에 서있던 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지런하다...
그 줄이 산 마르코 대성당 전망대? 올라가는 줄이어서
이내 멘붕이 오기도 했지만
곧 대성당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고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성당 내부는 매우 화려했다.
외부는 조각으로 화려했다면, 내부는 색상이 화려했달까.
온통 금장식에 모자이크 벽화들.
신을 향한 마음이 우선이었으니 이렇게 할 수 있었겠지.
이 곳은 런던의 세인트폴대성당이나 밀라노 두오모와 같이
엄청난 스케일에 압도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아담하고 소박하게 화려한 느낌이었다.
사실 성당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였다......
하지만 내 마음에만 담기엔 너무 아름다운 모습들.
성당이란 곳은 생애 처음 가봐서
미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앉아서 눈만 껌뻑껌뻑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성당 자체를 신기해했고
주변의 이탈리아인들은
이 곳에 나와 ㅇ이만 동양인인 우리를 신기해했다.
머리로는 모르지만
마음으로는 알 것 같은 느낌.
하늘에서 들리는 음악이란 이런걸까 싶을 정도로
처음 접한 성가대의 목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오늘 오후에 피렌체로 가는 날이고
ㅇ이는 오늘 베니스비엔날레를 가는 날.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패기있게 바포레토 타고
부라노섬 갔다오자며 티켓을 구입했는데
우왕좌왕
초 멘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그 티켓을 홀라당 날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산 조르조 마조레섬에 다녀올걸 그랬네...' 라는 후회가 든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히로시 스기모토'의 전시가
그 곳에서 있었던걸 알고 있었는데......
역시나 여행은 완벽할 수 없고
이런 에피소드가 있기에 재미있다.
우리는 점심으로 알찬 케밥을 먹고선
Arsenale 인근까지 산책할 겸 갔다가
비엔날레 입구에서 헤어졌다.
그냥 돌아서긴 아쉬워 그늘 한켠에 자리를 잡고
멍-하니 한 쪽을 바라보다가
끄적끄적
기차시간에 맞춰 역에 가기위해 숙소로 돌아가던 길,
관광객이라면 다 보는 것 같은
'탄식의 다리'도 마주하고
짐을 다시 꾸려 역으로 향했다.
베네치아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풍경 속에서
혼자일 때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곳이서 좋았다.
내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른채
복잡한 골목길에서 때론 길을 잃기도 해보고
갔던 길을 되돌아 오기도 해보고
맞은편으로 건너갈 수 없는 막다른 곳을 마주하기도 하는 곳.
외딴 섬 같아서 더 좋은 곳.
그 곳이 베네치아였다.
나는 기차를 타고
다시 바다를 가로 질러
피렌체로 향했다.
엄청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상상조차 못한채.
+
산마르코대성당http://www.basilicasanmarco.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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