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8.
IN VENEZIA
2
베네치아에서 묵은 숙소는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곳이어서
천정도 매우 높고, 키가 큰 이중창문이란 것도 새로웠다.
내 침대 바로 옆 창문을 열면 바로 큰 길가인데,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얼른 준비를 하고, 또다시 걷기에 나섰다.
게다가 오늘은 비엔날레에 가는 날인데,
가면 분명 발바닥에 불날 정도로 걸어다녀야 할테니 단단히 긴장을 했다.
길을 나서기 전에,
베네치아 도착하자마자 역내 Information에서 가져온
비엔날레 건축전 카달로그를 챙겨서
어제 저녁에 체크해 놓은
비엔날레 개최 장소와 오픈시간,
티켓요금을 다시 한 번 체크하고.
혹시 몰라서 한국에서 가져간 대학교 학생증도 챙겼다.
유랑에 글을 올려 동행을 구해보았지만
아예 날짜조차 맞지 않거나
밀라노에서 오늘 들어오신다는 분은 연착으로 베네치아에 늦게 도착;;;
건축전공이라고 하시던 그 분과 같이 다녔으면 재밌었을텐데...
아쉬워하면서 길을 나섰다.
처음엔 숙소에서 준 지도를 들고 다니다가
그냥 발 가는대로 다니다가....
그러다 목적지가 생각나면 핸드폰을 꺼내 현위치를 잡아보곤 했는데
베네치아에선 골목길이 좁아서 그런가
현위치가 아예 엉뚱한 곳으로 잡히는 일이 다반사라 애좀 먹었다.
발 가는대로 다니다가 빵집에서 누네띠네를 몇 개 사고나와
먹으며 한발한발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마주한 탁-트인 전경!!!!
이 곳에 서서 얼마나 한참을 멍하니 쳐다봤는지 모른다.
저 멀리 너무나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환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생각지 못했던 곳에 생각지 못한 풍경이 있었다.
요새 같기도 하고, 외부로부터 꼭꼭 숨기며 보호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
찾아봤더니 저 섬의 이름은 Isola di San Michele 이고
San Michele 라는 이름의 교회와 공동묘지가 있다고 한다.
어쩐지 폐쇄적인 느낌이 들었어......
공동묘지의 이름은 Greek Orthodox Cemetery.
옛날옛적 장례를 치루면 시신을 도로를 포장한 돌 아래에 매장했었는데
베네치아에선 여러번 홍수를 겪으며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위생의 문제가 컸을 것이다.
더 이상 시신이 도시에서 매장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공동묘지 설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결국 19세기 초에 지금의 모습을 띄게 되었다.
저 섬 안에 있는 두개의 교회 중에
San Michele 라는 이름의 교회는
1469년에 한 건축가(Mauro Codussi)가 지었는데
베네치아 안에선 가장 오래된 르네상스 교회 중 하나라고 한다.
한참동안 바다와 유유히 흘러가는 곤돌라를 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이쪽으로 나오니 확실히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좁은 골목길에 인파에 휩쓸려 다니다가
이렇게 여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병원 앞에 정박해 둔 앰뷸런스 ㅋㅋㅋ
베네치아에선 엠뷸런스도 '배'였다.
이름모를 성당 앞을 지나 다시 골목길로...
정말 아무 생각없이 다니다가
만나게 된 베니스 비엔날레 뉴질랜드 부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엔날레 카달로그 보고선 내 위치를 알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 보고 가려고 했는데, 이 부스에 계시던 스탭언니가 붙잡으시더니
방명록 쓰고가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의자에 앉아 (한국어로) 쓰고선
스탭언니랑 한참을 얘기하고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언니 또 폭풍 질문ㅋㅋㅋㅋㅋ
어디에서 왔냐
학생이냐
건축 공부하냐
베네치아 어떠냐
다음엔 어디로 가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이 잘 통하진 않아도 서로 눈을보며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 좋았다.
언니는 비엔날레 메인 행사장(?)
Arsenale 까지 걸어가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Bye!
뉴질랜드 부스 입간판이 나오는 길에 있네요 ㅋㅋㅋㅋ
거꾸로 들어간듯
Arsenale와 Giardini로 향하는 길에
또 생각지 못하게 마주한
러시아 부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인 행사장(;;) 오픈시간이 오전 10시여서
얼른 가서 하루종일 있어야지~ 했는데
멍때리고 골목헤매고
헤매다 만난 각국 부스 들어갔다가
이제 Arsenale로 가야겠다!!! 했는데
애매한 점심시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들어가면 못먹고 비실비실 집중력 흐트러질까봐
피자 한 판 박살내고
Arsenale에 가까워졌을땐
이미 오후 1시였다.... 또르르
Arsenale 는 이탈리아에 대한 전시가 열리고 있고
Giardini 에 각 국가별 부스에 전시가 열리고 있으니
얼른 Giardini부터 봐야겠다...... 하고
폭풍걸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까워지고 있다!!!!!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건축전이!!!!!
그것도 한국관이 황금사자상 (1등) 을 받은 그 전시가!!!!!!
Arsenale 쪽 티켓부스에서
"이거 한국 대학교 학생증인데 갠차나여???"
하며 슬쩍 내밀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wow
학생가로 적용해주셨다.
1일권 / 2일권이 있어서
'이거 이틀은 봐야되는거 아냐...?' 하고 2초 고민했는데
'아니야, 오늘 온 김에 다 보고가자!!!!!!!!!!!!!'
라는 말도안되는 생각을 하고 one day ticket 을 끊었다.
난 국가별 부스가 있는 Giardini 부터 볼꺼니깐
얼른 또 이동이동
비엔날레라고 해서 막 뭐가 화려하거나 그런건 아니다.
베네치아에 있는 큰 공원과, 폐건물을 활용하여
홀수년엔 영화제
짝수년엔 건축전
를 여는 것이다.
이렇게 평범한 동네에서 열리는 국제전이
나같은 사람의 발걸음도 끄는 것이다.
아까 피자 한 판 박살내고 오길 정말 잘했어
라는 생각을 안할 수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rsenale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Giardini 입구!! 도착!!!
입구를 통과하니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주말이라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서양친구들이 아주 많았다.
아마도 다 건축을 전공하는 친구들이거나
건축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
혹은 나같은 친구들이겠지.
나는 바로 한국관으로 직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히 막 두근두근
이번 건축전의 주제를 다시한번 상기시키고
한국관에 대한 설명도 앞에 조금;;; 읽다가
한국에 사는 나도 접하지 못하는
북한의 모습들, 오늘날 북한 건축의 위치 등등...
이미지들은 조금 충격이기도 했고
먼 곳에서 우리나라와 북한의 모습을 보는 경험은
조금 묘했다.
(공부 겸 국가별로 따로 자세하게 포스팅 할 예정)
캐나다관과
프랑스관도 인상깊게 보았고
박람회 부스같았던 러시아 부스도 지나
헬 of 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었는데
들어갔다가 진짜 기빨리고 나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lements of architecture 부스까지....
다 돌았다.
다시 Arsenale 쪽으로 가는 길.
우리나라 인천아트플랫폼 처럼
폐공장 건물인지......?
정확하게 알 순 없었지만 벽의 형태와 텍스쳐가 너무 좋았다.
Mond'italia 부분까지...
진짜 발바닥엔 불나고 입에선 단내나고ㅠㅠ
구입한 전시도록 (두께가 5cmㅋㅋㅋㅋㅋㅋ) 과
다른 책들까지 낑낑 들고선
온 구석구석 다 돌아다니고 나왔더니
진짜 떡실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아아
전시 보면서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어 술렁술렁 보기도 하고
지나가다 내 시선을 잡아끄는 게 있으면
그 앞에서 또 한참을 보고......
너무 많은, 너무 넓은 곳을 가득채운
방대한 이미지에 구타 (ㅠㅠ) 당한 것 같아서
너무 힘들었다.
국내 박람회 다녀와도 힘든데
혼자 다닐려니 ...... 하...ㅋ
그냥 가기엔 영 찜찜하지만
내 손에 들린 전시도록을 믿고선 발길을 돌렸다.
비엔날레의 늪에서 벗어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지고 있는 태양의 빛을 흠뻑 머금은 건물들은
더 따스한 기운을 뿜어냈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을 혼자 보려니 조금 쓸쓸하긴 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벤치에 앉아 멍------ 하게 있었는데
서양친구들이 하도 사진을 찍어달라는 통에
나는 더 외로워졌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까지 터벅터벅
가져온 카달로그랑 짐을 정리하고,
3시간이 연착되어 베네치아에 늦게 도착한 그 친구에게 연락해
기존에 같이 동행하는 분과 함께 셋이서
산 마르코 광장에서 모였다.
야경을 보며 맥주 한 잔ㅋㅋㅋㅋㅋ
새로만난 이 친구와 나눈 대화 중에 인상깊은 구절이 있어서 일기에 써놨다.
시간을 나누며 대화를 할 상대를 찾는다는 것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또한 내 머릿속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다시한번 상기시키며 마음을 다잡기 위함이다. 그래서 대화는 얘기보다 더 의미가 있다.
나는 여행하는 동안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상대가 절실했었나 보다.
새로 만난 친구와 얘길 하다보니
정말 오랫만에 '대화'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보다 어린 동생이었지만 생각의 깊이가 느껴지던 친구.
덕분에 시간이 흘러가는 줄도 모르며 대화를 했다.
내일은 일요일.
새로 만난 친구가 산 마르코 성당에서 미사가 있다는 정보를 알려줘서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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