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06.
IN LONDON
5
한 도시를 여행하기에 3~4일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내가 역사학자도 아니고, 사회학자도 아니지만
오롯이 여행자의 입장으로서
그 도시와의 거리감을 줄이고 스며들기 위해서는
조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례로 나는 일본이란 나라를 세번 다녀오고 나서야
그 나라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았다.
스쳐지나가면
그 나라의 문화
그 곳에 살고있는 사람들
그 도시의 분위기
와 같은 것들은
금방 증발해버리는 것 같았다.
닷새란 시간은 턱없이 짧았지만
런던에서의 시간은 지금껏 보지못한 곳에서의 여행,
그리고
앞으로 남은 일정을 여행하기 위한 적응 기간이기도 했기에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
런던 마지막 날 아침,
비가 오지 않았으면 조금 섭할 뻔 했다.
런던은 역시 비 오는 날씨 아닌가.
비가 오는 런던은 조금 느리게... 느리게...
한적한 미술관 한 곳을 찾았다.
코톨드 인스티튜트 갤러리.
사실 월요일에 입장료가 50% 할인된다고 해서 이 날 찾았는데
한국에서 챙겨간 대학학생증 (물론 유통기한 지난) 덕분에 입장료도 안내고
비도 추적추적 내려서 좋았다.
이 갤러리는 서머셋하우스 (Somerset House) 내에 있는
코톨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 (Courtauld Institute of Art) 라는 학교에 연계되어 있는 갤러리이다.
영국박물관, 내셔널갤러리 와 같이 관광객에게 잘 알려져 있거나
대규모 갤러리는 아니지만, 클래식한 내부 디자인과 깨알같은(?!) 소장품들이 볼만하다.
내가 이 곳을 꼭 가고싶었던 이유는
바로 이 작품을 보러가기 위해서였다.
Vinvent an Gogh / Self Portrait with a Bandacted ear / 1889
고흐 / 귀가 잘린 자화상 / 1889년
고흐는 생애 40여점의 자화상을 남겼는데 그 중 하나.
식상한 멘트이지만 미술 교과서에서만 보던 작품들을
내 두눈으로 직접 본다는 것은 굉장한 희열이 있는 일이었다.
이 그림 앞에 서서 내가 고흐가 되어
붓터치 하나하나를 남기는 듯한 마음으로 한참동안 바라봤다.
그리고 파리 오르세미술관을 가면
또 다른 자화상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차며
발길을 돌렸다.
Georges Seurat / Beach at Gravelines / 1890
내가 좋아하는 화가인 쇠라 의 작품.
대표작이 아닌터라 여기서 처음봤지만 쇠라 특유의 느낌은
내 발걸음을 한참동안 붙잡았다.
Georges Seurat / The Bridge at Courbevoie / 1886-1887
Edgar Degas / Two Dancers on a Stage / 1874
드가의 작품도 있고
Claude Monet / Vase of Flowers / 1881-1882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네의 그림도 있었다.
이렇게 작지만 인상적인 그림들이 많이 있는 곳.
전시 된 그림들을 보는 것은
조그마한 방에 들어가 하나하나 보는 듯한 느낌이었고
곳곳의 디테일들은 너무나 화려했다.
얼마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인지!
갤러리에서 나오니 비는 더욱 거세게 내렸고
날씨는 겨울처럼 차가웠다.
나는 애프터눈 티를 함께 할 새로운 동행을 만나러 피카딜리서커스로 갔다.
그리고, 그 곳을 간다는 사실에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애프터눈 티 포스팅은 이어서)
오늘의 루트 >>>
The Courtauld Gallery 코톨드인스티튜트갤러리
Sketch 스케치 (다음 포스팅에서)
+
서머셋하우스http://www.somersethouse.org.uk/
코톨드인스티튜트오브아트앤갤러리http://www.courtauld.ac.uk/index.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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