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4
한여름의 제주도, 그 둘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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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정이 어떠하든 둘째날이 하이라이트인 것은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초극성수기 휴가시즌에 제주도를 찾았으니 바다에 들어가지 않을수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리지만 일단 옷안에 수영복을 챙겨입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해수욕은 협재해수욕장에서 하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들른 곳은 몽상드애월.
영수증 받으면 대표자 이름에 권지용이라고 찍히고, Archdaily*에도 나왔다하니 또 안가볼 수 없지ㅋㅋㅋㅋ
*Platform Monsant in Archdaily http://www.archdaily.com/781533/platform-monsant-platform-a
아니 근데, 여기계신 분들 부지런하셔라............
분명 오픈시간 오전 11시인거 확인하고 10시 반쯤 도착했는데....... 왜때문에 자리가 하나도 없져???
무엇보다 중국에 온듯한 느낌적인 느낌..........
어찌어찌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생각보다 홀이 너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무 협소했다.
Archdaily에서 본 사진이...... 아차.... 가구 세팅하기 전에 찍은 사진이었구나............
여기 하이라이트는 저 앞에 보이는 창이 열려서 안과 밖의 구분이 없이 앉을 수 있는건데, 비가와서 열지도 못함....
심지어 유리 바깥에 반사필름 붙이는 공사중;;;
벽면 콘크리트의 텍스쳐는 너무너무 좋았다.
굴삭기로 스크레치를 낸 듯 했는데 오 느낌 좋아여.
이 카페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빈티지 가구였는데, 이런거 다 어디서 구해온건지 신기할 정도였다.
상하이 답사갔을때, 어떤 빈티지샵에 들어가니 서양바이어들이랑 디자이너랑 가구 미팅하는걸 본적 있었는데, 그렇게 구해온거겠지.
하지만, 보기엔 예쁘다해도 앉으면 핵불편한게 사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내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놓은것은 포인트도 되고 좋았다.
단호박스콘에 아이스초코 시켜서 허기만 겨우 면하고 도저히 앉아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ㅋㅋ....
반사유리 앞에 서서 안에서 보던지말던지 사진 계속 찍어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 걸어나가면 저쪽에 또하나의 카페가 보이는데, 여기도 월정리처럼 펜션, 카페들로 해안선을 형성하는 건 아닐지....
너무나 변화무쌍한 여름날의 제주는,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 해서 걸어다니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간간히 내어주는 하늘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고, 비에 습도에 짜증날법도 한데 나부터 챙겨주는 오빠 덕분에 웃으면서 사진을 찍을수도 있었다. 이미 오빠에게 습도는 문젯거리가 아니었다. 저렇게 붙어있는다............ㅋㅋㅋㅋㅋㅋ♥
어느덧 점심시간...
이제 우리는 협재해수욕장으로 향하니, 그곳 근처에 뭐가 맛있는지 찾아보다가 발견한 음식점, 협재수우동.
이때부터 시작이었나보다......... 수요미식회의 저주가...............
겨우 주차를 하고 식당에 들어섰을 때는 오전 11시 3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배를 두둑히 채우고, 오후엔 신나게 해수욕을 할 계획으로 신나게 들어갔다.
음... 그런데.....?
출입구 근처에 서있던 이 입간판..............................
오빠와 나는 우리의 눈을 의심하고 들어갔는데......................
홀 직원이............... 오늘 저녁까지 예약이 완료되고 재료도 다 소진되었다고.......했다..........
난 정말 나의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한두시에 온 것도 아니고 심지어 12시도 되기전에 갔는데, 방문예약이 완료되었다...???? 홀 직원도 이런 얘기를 얼마나 해본건지 기계적으로 말하기 바빴다....
아니 그럼 오늘 먹으려는 사람은 아침부터 와서 예약을 하고 갔다는 얘기?????
여행을 왔는데, 일부러 이 집에 와서 방문예약을 하고 일정 소화하다가 다시 온다고?????????? 난 정말 이해가 안됐다..........
이 식당 안에서 보이는 바깥의 경치는 분명 제주이니까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게 맞는데, 돈까스와 우동을 파는 이 식당이 도대체............. 하......... 쓰다보니 또 짜증나네.............. -_-
아침도 제대로 못먹어서 둘다 배는 고프고, 날씨는 덥고........... 슬슬 짜증지수가 올라올때 쯤..........
오빠는 나를 바다 앞에 세웠다.......... -_-;;;;;;
일단 여기 서보라고 그랬다.............. 그리고 마구마구 셔터를 눌러대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그저 웃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끼니는 해결해야 했기에, 근처 보급형;;;;;; 느낌의 돈까스 집을 찾아갔다.
아까 그 집에서 돈까스 못먹었으니까 여기서라도 먹어야겠어........ 뭐 이런느낌으로 갔던듯...
사실 이 더운 날씨에 뜨거운 국물의 라멘을 먹기도 싫었고, 밥은 먹고싶었고.... 마땅한 메뉴가 없는 이 마당에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하늘은 점점 맑게 개고
어느새 파라솔 한 자리도 꿰차고 (\15,000 / 하루종일)
정신을 차려보니 스노쿨링 장비도 탑재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5,000/개, 구입)
맥주병인 나는 튜브도 타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000 / 하루종일 대여)
돈까스 그게 뭣이 중헌디.
바다에 왔으니 바다에서 재밌게 노는 것이 중허지.
오빠는 구입한 스노쿨링 장비를 오늘 하루안에 뽕을 빼려는 의지로 ㅋㅋㅋㅋㅋㅋㅋㅋ 협재 바다속을 다 헤집고 다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고기 잡는거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리를 찾아서' 의 실사판 느낌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찾아버릴 기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튜브에 누워서 오빠가 끌어주면 끌어주는대로........ 파도가 밀어주면 밀어주는대로......
자세도 이리저리 바꿔가며 몇시간이나 누워있었는지 모른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정강이 얼룩덜룩 꼬질꼬질
튜브에 누워있는게 편하고 좋긴했는데, 또 이 자세가 엉덩이만 시원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은 생명을 위해 튜브를 붙잡고 이렇게 머리만 동동 떠서 또 한참을 놀았다는 후문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15년? 만에 한 해수욕은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얼음장 같은 물에 샤워하고 (샤워실 \2.000) 저녁을 해먹기 위해 새로운 숙소쪽으로 향했다.
마침 근처에 있었던 앤트러사이트 제주.
계획 세울 때, 이 곳에 다녀오기로 했었어서 일부러 길을 거슬러 찾아갔다.
원래 이 곳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한림, 협재 일대의 수많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며, 제주 전역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로 전분을 만들었던 고구마 전분 공장이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쇠퇴했던 공간의 가치는 오히려 오늘날 오래된 것이 새로운 가치를 지니며 재탄생 된 곳이었다.
마감시간 쯤에 들른 탓에, 음료를 마시기가 애매해서 한바퀴 스윽 둘러보고 말았는데, 공간의 분위기는 너무나 새로워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붕을 적절히 뚫어 자연채광을 내부로 끌어들인 것하며, 트러스의 조형적인 요소와 바닥에 그대로 박혀버린 그때의 시간들 (기계들), 거칠디 거친 바닥의 돌들.......
이 모든것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이 곳은, 밖에서 보이는 단순한 공장 두 채의 모습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퀀스였다.
저 돌바닥에 앉아있기엔 불편함이 따르겠지만, 이 공간감을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기에... 감수할 수 있을것이다...
바닥 콘크리트 부분은 원래 이 공장에 있었던 것인지, 새로이 만든 것인지, 경계가 모호했다.
콘크리트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듯 했다.
출입문은 낮고 좁고 통로도 온전치 않아 쾌적한 공간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시간과 흔적이 퇴적된 공간이 너무나 좋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낡은 것이 좋다.
먼지털이개, 실리콘, 망치...... 카페에 이런 물건이 있는게 꽤나 유머러스하지만, 워낙 공간이 주는 인상이 강해서 그렇게 튀지도 않는다.
들리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했던 앤트러사이트 제주를 뒤로하며
저녁거리 사러 하나로마트 가는길 ㅋㅋㅋㅋㅋㅋㅋㅋ
제주가 좋은 건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저멀리 지평선이 지루해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보다 시야에 잡힌 오름의 스케일은 안정적이고, 구름과 저녁놀의 색감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부랴부랴 장을 보고 새로운 숙소에 체크인 할 때쯤.
숙소 바로앞의 풍경이 정말 예술이었다. 저 끝이 어딘지도 모르겠는 넓은 바다와 하늘. 그 넓은 하늘을 잡아먹을 듯한 저녁놀. 모두 환상적이었다.
근데 넘 배고파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놀이 넘 열심히 했나.
빨리 야채 씻고, 김치찌개도 끓이자. 숯에 불도 붙여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는 냄비에 뭘 이리저리 넣더니 없는재료로 완벽한 김치찌개를 끓여냈고, 숯에 불도 빠르게 붙이고 고기도 완벽하게 구워냈다. 아니 거의 고기굽기 수련생 포스다........ 흠잡을데 없이 완벽하게 구워냈다............대다내.......
소고기+돼지고기 합쳐서 1근샀나?? 얼마샀져 우리??? -.-a 여튼 고기란 고기는 다 먹어치우고, 햇반은 세개나 사서 나 하나, 오빠 두개 다 먹고, 맥주도 한캔씩 후루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추랑 깻잎 너무 많이산거 같애.... 했는데 <상추 2장+깻잎 1장+고기 두점=1회 냠냠> 으로 먹으니 진짜 다 먹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송이는 줄기(?)를 빼내고 머리를 홀라당 뒤집어서 구워야 한다. 양송이 국물 짱맛있어............
숯값 4,000원만 지불하고 그릴이나 다른건 다 무료... 장본건 다 합쳐서 7만원치.
ㅇ ㅏ 행복하다.............................. 솔직히 제주에서 먹었던 끼니 중에 TOP1.
그날 소화는 개나줘버리고 행복하게 잤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째날 일정,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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