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rivo

그 언제도 아닌 현재.

복식웃음 2019. 7. 17. 09:41

 

전력을 다해, 오로지 현재에 할 수 있는 것만 떠올리고 몰입한다면
우리의 누추한 일상은 그리 비관적이지도 무의미하지도 않다.
현미경 속에 담긴 무한한 우주처럼
뜻밖의 아름다움과 흥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과거와 미래가 잘려나가면 

필요한 것과 돈도, 욕망도 오히려 적어진다.

하루에 할 수 있는 건 제한되어 있기에 욕심 낼 이유가 없다.
오늘 통장 잔고가 제로가 되거나 냉장고가 텅 비진 않는다.
백화점에서 사고 싶은 신상이 오늘 모두 팔리진 않는다.
오늘 밤 저녁을 먹다가 암선고를 받을 일도 없다.
내일의 태양은 반드시 뜨기에 못한 일은 내일 또 하면 된다.
현재에 할 수 있는 것만 집중하면서
고양이처럼 열심히 닦고, 먹고 싸고 놀며 살아가면,
그럼 시간은 알아서 우리를 미래로 태워다 줄 것이고,
운이 좋으면 좀 더 나아진 현재라는 선물을 또 받을 것이다.

과거에서 미래로 밀려오는 거대한 시간의 파도는 운명의 몫이지만,
파도의 끝자락을 타는 서퍼의 쾌감은 바로 나 자신의 것이다.
오로지 현재에 집중하며 중심을 잡으면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지만,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파도를 보게 되면 무서워 물 속에 빠지게 된다.

잊지말자,
삶은 적분이 아니라 미분이라는 것을.
죽음의 순간 우리를 천국으로 이끌 것은 오로지 현재뿐이다.

- 정윤철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