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흘러 템플스테이 마지막날이 밝았다.
마지막날이니만큼, 새벽예불도 참석했다.
해가 뜨기도 전, 산 속 차가운 공기와 차를 덮은 얇은 서리막이 밤 사이의 고요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아침의 인기척은 나를 둘러싼 산맥에서 지저귀는 새소리 뿐이었다.
이 얼마나 고요하고 평화로운가!
예불내용(?)은 전날 저녁예불과 같아서 새로운 느낌이라던지, 특별한 아침을 열었다던지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전날 저녁식사를 했던 식당에서 본 4~5살 남짓한 남자아이가
새벽4시에 대적광전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옆에 자꾸 따라다니는 두 아주머니는 누구이며, 쪼끄마한 아이가 이 새벽부터 절 옷을 입고 등장하는 이유가 뭔지..?!
심지어 예불이 끝나니까 스님들 앞에서 넙죽넙죽 절하는데
얼마나 신기한 광경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님들이 더 당황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불시간이 끝나고 나오니 벌써 해가 다 떴다.
다행히 하늘은 마지막날에 개는 중.
방으로 돌아와 잠깐 누워야지 하다가 아침공양 시간도 지나치고 8시쯤 일어났다.
사실 어제 속세(?)의 맛을 보고 오니
더 이상 절에서의 밥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신랑은 이에 대해 명언을 남겼다.
아는 맛이 다 그 맛인게 아니라, 아는 맛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스님들이 이렇게 대단한지 몰랐다나 ㅋㅋㅋㅋ
곧 방사 정리 후 퇴실시간이라, 절 한바퀴를 돌기로 했다.
물소리를 따라가면 계곡이 있었고
새 소리를 따라가면 하늘과 산이 있었다.
서울, 그러니까 도시 특유의 소음이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고요한 곳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계속 내리면 이런 사진도 못 찍었을텐데,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덕분에 인증샷(?)도 남기게 되었다.
feat. 절 밥 덕에 해탈한 신랑과 함께
3일내내 절 안에 있었으면서, 출입구로 처음 들어가보는 우리 둘.
해인사는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제일 큰 사찰인데도
깨끗하고 정갈했다.
고요하고 아늑했다.
아름답고 편안했다.
마지막으로 팔만대장경도 한 번 더 보고 가기로.
아무쪼록 3일 동안 잘 쉬었다 갑니다.
다음번에 또 고요함을 찾아 해인사에 왔을때,
S10번방을 배정받길 바라며....
우리는 마을로, 도로로 내려왔다.
집에 가는길,
나 : "오빠 뭐 먹고 싶어?"
신랑 : "음... 맥도날드!!!!!!!!!!!"
....................?
해인사에서 제일 가까운 맥도날드는 구미에 있고요.
한시반 반 정도를 가야하고요....
결국 한시간 반을 달려서 맥도날드 왔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속적인 맛의 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햄버거 싫어하는데 왜 이렇게 맛있냐 ㅋㅋㅋㅋㅋㅋ......쩝
이렇게 된 마당에 스타벅스도 이용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당........
한 템포 쉬었으니 또 하루하루 잘 보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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